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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20.02.09 경향신문] 미래유산이 된 '그 시절 다방'의 풍경
게시글 정보 : 작성자, 작성일, 조회수, 첨부파일
작성자 문화정책과 작성일 2020.02.09 조회수 57
학림다방 이충열 대표가 찍은 1988년 당시의 다방의 모습

학림다방 이충열 대표가 찍은 1988년 당시의 다방의 모습

다방은 때로 역사적인 공간이었다. 당대의 문인과 화가, 배우, 가수 등 예술인들이 모여들던 곳이기도 했고, 학생운동이 한창이던 시절에는 대학생들이 모여 다음 집회와 활동을 모의하던 장소였다. 약속을 정해두고 차 한잔 시켜 기다리며 성냥개비로 탑을 쌓던 모습도 그 시절 다방에 얽힌 기억이다. 프랜차이즈형 커피전문점이 거리를 장악한 지금 옛 모습의 다방을 찾기가 쉽지 않게 됐지만, 그래도 곳곳에 남은 유서 깊은 다방들은 방문객을 흘러간 역사의 한 장면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에서 열리고 있는 아카이브 사진전 ‘학림다방, 30년-젊은 날의 초상’은 다방이라는 공간에 담긴 역사를 오롯이 보여주는 사진들로 가득하다. 1956년 문을 연 학림다방은 60년 넘게 같은 자리에서 대학로를 지켜오며 서울미래유산으로도 선정됐다. 1981년 민주화운동단체인 전국민주학생연맹이 첫 회합을 가진 장소이자 1980년대 대표적 공안사건인 ‘학림사건’의 시발점이 된 곳이기도 하다. 서울대 문리대가 대학로에 있던 시절 ‘문리대학 제25강의실’로 불릴 만큼 당시 대학생들과 깊은 관계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1975년 서울대가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뒤부터 점차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건물 역시 한 차례 재건축되기도 했다. 이후 1987년 다방을 인수해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는 사진가 이충열 대표(65)는 이곳에서 보낸 30여 년의 세월 동안 남긴 사진의 기록을 모아 전시를 열었다.
 

■김광석·김민기·김지하 찾았던 학림다방

사진 속 학림다방에 들렀던 인물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가수 고 김광석을 비롯해 배우 송강호·황정민·설경구 등의 초년시절이 담겨 있고, 연출가 김민기와 시인 김지하 등 대학로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했던 문화예술계 인사들의 지난 모습들도 찾을 수 있다. 사회운동가 윤구병·홍세화의 얼굴을 비롯해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80년대 시위 현장을 메운 시민의 모습까지 학림다방 안팎의 풍경을 만들었던 시대의 결정적 지점을 포착한 사진들도 함께 선보였다. 이충열 대표는 “사진을 찍을 당시만 해도 이 사진 속 인물들이 장래 이름난 인물이 되고, 사진 속 풍경이 역사의 한 장면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며 “그렇게 찍어서 위층 암실에서 현상한 사진들이 1만5000장이나 되는데, 학림에 들른 더 많은 인물들의 사진을 남겼더라면 더욱 역사적 가치가 컸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학림다방을 인수할 당시엔 원래의 학림이 틀던 클래식 음악 대신 대중가요가 흘러나왔고, 내부 모습도 전과는 달라져 있었다. 그는 바뀐 학림의 모습을 하나씩 전처럼 돌려놓았고, 그 모습은 지금까지 크게 바뀌지 않은 채 남아 이젠 ‘복고스러운’ 느낌을 주는 공간으로 새로운 세대를 불러들이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촬영지가 되면서 해외에서까지 과거의 모습을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찾는 명소가 됐다.

오래된 나무탁자와 닳은 흔적이 있는 천 또는 가죽 소재의 소파, 턴테이블로 노래를 틀어주던 모습은 학림다방뿐 아니라 전국 곳곳의 유서 깊은 다방들을 찾으면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경남 창원의 흑백다방에는 영국 왕립음악원으로 유학을 다녀온 뒤 다방 운영을 맡은 유경아 대표의 손때가 묻은 피아노도 한편을 지키고 있다. 창원으로 통합되기 전 진해에서 1955년부터 클래식 음악과 함께 커피를 대접하던 이곳에서 유치환·서정주·김춘수 등 문인과 화가 이중섭, 작곡가 윤이상 등 이름난 예술인들이 한데 모이기도 했다. 공연장과 전시장을 겸하는 지역 문화공간을 자처하며 60여 년의 역사를 이어온 곳이지만 지금은 잠시 영업을 중단하고 있다. 유경아 대표가 1월 말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처음 다방을 열었던 유택렬 화백의 작고 이후 뒤를 이어 다방을 문화공간으로 일궈나갔다. 자신이 직접 피아노 독주회를 진행하기도 하고 쉽게 문화행사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 현실을 감안해 연극 공연과 전시도 열었다. 문화공간으로 운영하려면 다방이라는 업종명을 바꿔야 한다는 관청의 요구로 차질을 빚기도 했지만 지역 사회와 예술단체의 지원으로 본래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운영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유 대표가 돌연 세상을 떠난 뒤로 흑백은 또 한 번 기로에 서 있다. 유 대표가 맡았던 일들을 정리하고 영업 재개를 준비 중인 그의 언니 유승아씨(59)는 “일곱 차례에 걸쳐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병세가 호전되는 듯 보였기 때문에 동생의 죽음을 맞은 사람들이 모두 황망해하고 있다”면서도 “정리되는 대로 흑백은 다시 재정비해 문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창원의 흑백다방과 전주의 삼양다방

서울의 학림, 창원(진해)의 흑백보다 더 앞선 1952년 문을 열어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다방으로 알려진 전북 전주의 삼양다방 역시 70년에 가까운 세월을 버텨오면서 문을 닫을 뻔한 위기를 겪은 바 있다. 전주한옥마을 옆 동문 예술의 거리에 자리 잡은 이곳은 역시 지역 예술인들의 사랑방 역할을 하며 시민들에게도 친숙한 공간으로 오랜 기간 전주의 명소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2013년 다방이 입주해 있던 낡은 건물의 주인이 바뀌어 건물 전체를 리모델링하면서 영업을 중단했다. 그러나 이듬해인 2014년 새로운 건물주와 지역 시민단체 및 예술인들이 삼양다방을 다시 열기로 뜻을 모아 명맥을 이을 수 있게 됐고 전주미래유산으로도 선정됐다. 외관은 새롭게 바뀌었지만 내부 집기와 소품 등은 그대로 보존해 복고적 분위기 속에서 쌍화차와 화채 같은 옛날식 다방의 인기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대구의 미도다방 역시 쌍화차에 달걀노른자까지 얹어 마실 수 있는 옛날식 다방의 원형에 가깝게 영업 중인 곳이다. 멀리는 일제강점기인 1928년까지 업력이 거슬러 올라가지만 중간중간 명맥이 끊긴 탓에 그 시기의 흔적까지 찾기는 어렵다. 그래도 1982년 인수해 현재까지 줄곧 다방을 지키고 있는 정인숙 대표(69)가 40여 년의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몇 차례 위치가 바뀌다 현재는 대구의 근대문화가 보존된 거리인 약령시 옆 진골목에 자리 잡았다. 이곳 입구에는 단골이었던 전상렬 시인이 쓴 ‘미도다향’이라는 시를 간판 아래 내걸었다. 이인성 화백이 이곳에서 그림을 그리고, 소설가 김원일이 신작을 구상할 정도로 예술인들의 발길이 잦았던 흔적을 반영하듯 다방 안 곳곳에 예술인들이 남긴 휘호가 걸려 있다

지금도 손님이 들어오면 전병 과자를 내놓는 나름의 전통을 잇고 있다는 정 대표는 매일 한복을 입고 쪽머리를 하고 손님을 맞는다. 그는 “예전에는 이곳을 찾는 분들이 한복 두루마기 입은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뿐이어서 젊은 손님들은 들어왔다가도 주춤하곤 했는데, 이젠 이런 분위기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서인지 전통적인 분위기를 감상하러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유행처럼 확산되는 ‘살롱 문화’의 한국적 원형도 이런 다방이 원조라는 말도 덧붙였다. “문인이나 화가들이 서로 작품에 대해 얘기하고 자기 작품을 가장 먼저 여기에서 보여주기도 하면서 토론했던 기억이 그대로 남아 있죠. 시대는 바뀌지만 아직도 기억은 생생하네요.”

[출처: 경향신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002090918001&code=960100#csidxaf28c4f178acf5f9c8db3e045247b3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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